IT동아, 2025.12.05 / 차주경 기자
전기차 보급을 가로막는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배터리 화재 우려’다. 실제로 2024년 상반기에 우리나라에서만 139건에 달하는 전기차 배터리 화재가 일어났다. 이런 종류의 화재는 특성상 진압하기 아주 어려워 막대한 피해를 일으킨다.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일어난 전기차 화재는 5개 동 480세대에 수십 억 원 상당의 피해를 입혔다. 영국에서는 해상 운송 중이던 전기차의 배터리에서 열폭주가 일어나 선박이 침몰하는 사고도 일어났다.
이에 산업계는 전기차 배터리를 주기마다 검사해 이상 유무를 파악하는 기술, 화재 가능성을 조기에 감지하고 적기에 진압하는 기술을 적극 연구 개발한다. 이 가운데 김지원 대표가 이끄는 메타모빌리티는 다른 곳과는 다른 접근 방식을 제안한다. 전기차 배터리 화재가 두렵다면 사고 직전이나 사후에 진압할 기술이 아니라, 실제 사고로 이어지기 훨씬 전 단계에서 발생하는 '배터리의 극초반 이상 징후'를 조기 감지해 대형 사고를 원천 차단할 기술을 우선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메타모빌리티는 전기차 배터리의 열폭주 전조 과정을 정밀 분석했다. 전기차 배터리 속 특정 셀의 이상 온도 혹은 과전압 현상은 여러 이상 징후가 누적돼 나타나는 결과값이다. 전기차 배터리 사고의 출발점은 셀 내부가 아니라, 셀을 둘러싼 전기·열 환경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변화들이다. 배터리 셀에 이상이 생기는 원인은 아주 다양하고 복잡해 개별 대응이 어렵다. 다만, 사고로 이어지기 훨씬 전부터 특정 패턴을 나타내는 특성을 보인다. 메타모빌리티가 주목한 것이 이러한 극초기 단계의 미세 변화를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포착하는 기술이다.
사실, 전기차 배터리 셀의 문제를 감지하는 기술은 지금도 있다. 차량 안의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과 이를 포함하는 ECU(전자 제어 장치)가 이 역할을 한다. 하지만, 특정 환경에 노출된 BMS가 오류를 일으키면 배터리 셀 열폭주, 시스템 오작동, 급가속 등을 정확히 포착하지 못한다. 외부 전기차 진단 기술은 배터리 셀의 문제를 꽤 정확히 포착하지만, 사후에 적합한 차량 점검 기술이다. 임피던스, X-레이나 IR(적외선) 기술 역시 실시간 이상 징후 감지는 불가능하다.

메타모빌리티는 인공지능을 포함한 초고속 샘플링 기술이 이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판단했다. 약 3년간의 연구 개발 끝에 이들은 ‘AI 시그널 로깅’이라는 기술을 개발한다. 인공지능으로 ECU 전반의 아날로그 신호를 20ns(나노 세컨드, 1ns는 1/1억 초) 속도로 실시간 감지·분석, 아주 작은 이상 징후라도 정확히 포착하는 기술이다.
이어 이들은 AI 시그널 로깅을 모빌리티 탑재형 하드웨어 ‘엘리케어(ELI care)’와 소프트웨어 ‘엘리커넥티드(ELI connected)’로 구현했다. 엘리케어는 엣지컴퓨터 기반 다기능 디바이스들로 구성된다. 덕분에 전기차뿐만 아니라 각종 전동화 자산에 맞춤형 설계해서 장착 가능하다. 동력과 구동부 계통 전반을 실시간 감지할 때 인공지능을 활용, 속도와 정확성 모두 확보한다.